“체계 없는 민간서비스론 한계···OECD 다수 국가가 관리”
남인순·김예지 의원, 심리·상담사 자격제 법안 발의
의료·간호계 “현행 의료법과 상충되고 근거 없어” 반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 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가운데, 심리상담 국가자격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의료계의 반발이 맞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한국 사회의 마음건강 위기가 심화되면서 심리상담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도적 기반 없이 상담서비스를 민간 영역에 맡겨 둔 현재 체계로는 국민 마음건강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심리상담 법제화를 통해 국가 마음건강 정책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로 열린 ‘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상담서비스 법제화 토론회’에서는 이를 위한 제도 마련 방안이 논의됐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률 증가와 고립 청년, 청소년 정신질환 문제를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며 상담 공공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원장은 “마음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상담은 민간이 아닌 공공 영역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공공 심리지원 투자, 사회적 손실 예방 효과 커
최기홍 한국심리학회 교수는 OECD 대부분 국가에서 심리사·상담사 제도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법적 기반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에서 제공하는 무료 심리치료 서비스인 ‘NHS 토킹 테라피’를 사례로 들었다. 영국은 증상에 따라 단계별 심리지원을 제공하는 공공 상담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런 국가일수록 자살률과 사회적 손실이 낮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반면 한국처럼 제도적 기반이 없는 환경에서는 서비스 신뢰성·접근성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공공 심리지원의 효과는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최 교수는 우울증 유병률 4.5%를 기준으로 연 1조원을 공공 심리지원에 투자할 경우 최대 10조원의 순편익이 발생하고 사회적 손실 46조원을 예방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2023년 시행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역시 우울·불안 지표의 유의미한 개선과 이용자 만족도 평균 4.76점을 기록하며 초기 성과를 보인 바 있다.

‘심리상담 법제화’ 법안 발의···의료계 반발로 진통 예상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심리상담 직역을 치료 중심의 심리사(1급·2급)와 일상 지원 중심의 상담사(1급·2급)로 구분했다. 각 자격의 기준과 수련 요건,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며 국가가 인증하고 공적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법안에는 의료·복지·교육 분야 등 타 직역과 연계해 협력토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상담서비스 법제화의 목표는 특정 직역의 보호가 아니라 국민 보호”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담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와 간호계는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과 상충되고, 근거 없이 ‘정신건강’과 ‘마음건강’을 이분화했다”며 심리·상담사 자격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국가들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심리·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제화를 통해 국민이 양질의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