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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비어버린 둥지, 당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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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안상담센터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5회   작성일Date 26-06-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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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한국심리학신문=조찬희(byliner_cho@naver.com] 5월, 따듯한 봄기운이 완연한 거리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웃음이 가득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이들의 거실에는 낯선 고요가 찾아왔다.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우며 활기로 가득 찼던 공간은 이제 적막만 남았다. 그 집에는 이제 부모가 지켜야 할 아이가 없다. 

     

    최근 20년이 넘는 세월을 ‘OO 엄마’, ‘OO 아빠’로 불리며 아이를 돌보고 책임지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그들에게 아이들이 떠난 자리의 공백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공백은 부모라는 호칭 뒤의 자신의 존재를 묻는 물음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지곤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으로 설명한다. 빈 둥지 증후군이란 자녀가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직, 결혼과 같은 이유로 독립하게 되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말한다. 

     

    빈 둥지 증후군은 변화를 새로운 도전 혹은 전환점으로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하는 사람에게 더 쉽게 나타난다. 또한 독립하는 자녀가 아직 덜 성숙해 보이거나 성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부모의 내면 한구석에 빈 둥지 증후군이 자리 잡는다. 

     

    증상으로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삶의 의미나 목적을 상실하거나 걱정이 많아지고, 독립한 자녀의 생활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실감의 원인은 덴마크계 독일인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Homburger Eirkson)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이란 정신분석학 관점에 따라 인간 생애를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총 8단계로 구분한 발달 단계 이론이다. 8단계 중 빈 둥지 증후군은 7단계인 중년기 단계에 발생한다. 

     

    7단계는 생산성 대 자기 침체 단계라고 불린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토대로 가정에서는 자녀를 양육하거나 사회적으로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 집중하게 되는 시기이다. 에릭슨은 이와 같은 자녀 양육이나 후학 양성을 본능적인 욕구라고 말한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녀는 이러한 생산성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통로 중 하나였다. 역설적으로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맹목적으로 희생하는 과정은 부모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자녀의 독립은 부모 관점에서 갑자기 생산성의 통로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20년 동안 에너지를 쏟아붓던 자녀가 없어지자, 그 에너지는 오롯이 부모의 내면에 쌓이게 된다. 에릭슨은 이렇게 에너지가 소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자기 침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과 자신의 삶이 정체되었다는 불안이 우울증과 상실감의 시발점이 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빈 둥지 증후군의 상실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자녀 출생과 동시에 부모는 이름 대신 ‘OO이 엄마’, ‘OO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출생과 동시에 호칭이 바뀌며 부모의 정체성은 자녀의 정체성과 동일시된다. 이를 심리적 융합 상태라고 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심리적 융합은 더 강화된다.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처럼 인식되고, 자녀의 눈물은 부모의 슬픔이 된다. 부모는 이 융합 상태를 20년 동안 유지하며 ‘나’의 정체성을 잊어 간다. 

     

    이 상황에서 자녀의 독립, 즉 부모 역할의 은퇴는 20년간 투영해 온 정체성의 박탈과 같다. 자녀가 빠져나간 부모의 내면에는 상실감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 20년 전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에는 이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 상태이고,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 있었다. 이에 부모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더해 과거의 정체성조차 되찾아올 수 없다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우울함에 빠진다.

     


    이들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과거의 정체성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조차 막막하기 때문이다. 20년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다. 자녀가 남기고 간 빈 둥지를 상실감이 아닌 다른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심리적 재구조화라고 한다. 

     

    먼저 자녀에게 향하던 에너지를 쏟아부을 새로운 통로를 개척해야 한다.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 7단계에서의 생산성 욕구는 자녀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 성장이나 사회적 기여를 향해 에너지 방향을 바꾼다면 충분히 생산성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자녀 양육에 집중하여 뒷순위로 밀렸던 배움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나누는 활동에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부모-자녀의 관계를 성인-성인의 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빈 둥지 증후군은 자녀가 아직 홀로서기에는 미성숙하다고 걱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한 이후에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자신과 분리된 독립 인격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를 걱정하며 챙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걱정과 배려가 오히려 자녀의 성공적인 독립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자녀 양육의 끝은 자녀의 완전한 독립을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완성된다. 

     


    5월의 낯선 고요는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요는 20년 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제2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빈 페이지다. 그들은 ‘OO이 엄마’, ‘OO 아빠’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길의 시작점에 서 있다. 이제 부모에게 필요한 건, 다시 ‘나’를 완성해 나갈 용기다. 자녀의 공백을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재구성할 때, 텅 빈 둥지는 상실이 아닌 부모 자신을 위한 기회의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 참고문헌

    1. Erikson, E. H. (1982). The life cycle completed. W. W. Norton & Company.

    2. Bowen, M. (1978). Family therapy in clinical practice. Jason Aronson. 

    3. White, L., & Edwards, J. N. (1990). Emptying the nest and parental well-being: An analysis of national panel data.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55(2), 235–242. 

    4. McGoldrick, M., Carter, B., & Garcia-Preto, N. (2015). The expanded family life cycle: Individual, family, and social perspectives (5th ed.).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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