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스벅 가야지" 외친 그 순간… 왜 집단 속 청소년은 선을 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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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등록 2026-07-02 07:25:48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스벅 가야지" 외친 그 순간… 왜 집단 속 청소년은 선을 넘는가
응원이 조롱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지난달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광주일고를 상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내용의 응원을 쏟아냈다.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말이 역사적 참상을 희화화하는 표현으로 쓰였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 수 있을까?' 하고.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집단 안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집단 속에서 개인은 사라진다: 몰개성화가 불러오는 위험
심리학에는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는 개념이 있다. 집단 속에 섞이면 개인의 자아 인식이 흐려지고,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되는 현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1969년 실험을 통해 익명성이 보장된 집단에서 공격적 행동이 최대 4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더그아웃의 흥분된 분위기,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는 우월감, 그리고 '우리끼리'라는 폐쇄적 공간이 이 심리를 가속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소년기는 몰개성화에 더욱 취약한 시기다. 브라이언 밴 잔트 미국 코넬대 발달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전두엽은 만 25세가 되어야 완전히 성숙한다. 충동 억제와 결과 예측을 담당하는 이 영역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또래 집단의 분위기는 개인의 판단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쉽게 말해, 그 순간 더그아웃의 청소년들에게 '이게 나쁜 짓인지'를 판단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집단의 흥분 앞에 묻혀버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동조 압력의 함정: '분위기상' 따라가는 심리
솔로몬 애쉬 미국 스와스모어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1951년 유명한 동조 실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틀린 답을 말해도 피험자의 75%가 최소 한 번은 그 답을 따라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다 같이 그러는데'라는 이유만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집단의 압력은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정지시킬 만큼 강력하다.
배재고 더그아웃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작동했을 것이다. 처음 누군가가 문제의 표현을 입에 올렸을 때, '이건 아닌데'라고 느낀 선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흥분한 집단 안에서 혼자 제동을 거는 것은 청소년에게 매우 높은 심리적 비용을 요구한다. 또래 집단에서의 배제에 대한 두려움이 양심의 소리를 삼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와 유사한 맥락에서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이라고 부른다. 집단 안에서 책임감이 분산되면, 개인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한 것'으로 인식하며 죄책감을 희석시킨다. 앨버트 반두라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제시한 이 개념은, 왜 평범한 개인들이 집단 안에서 비윤리적 행동에 가담하는지를 설명한다.
역사 인식의 빈틈: 공감 실패는 어디서 오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충동적 행동 이상의 문제를 드러낸다. 특정 역사적 사건이 왜 비하의 소재가 될 수 없는지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감 실패'의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장 디세티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1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공감 능력은 정보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달하며, 특히 타인의 고통에 관한 구체적인 서사에 노출될수록 공감 반응이 강해진다.
5·18에 대한 교육이 '사실 전달'에만 그치고, 그날 광주 시민들이 느꼈던 공포와 슬픔을 생생히 전달하는 '서사 교육'이 부족했다면, 청소년들은 그 사건을 감정적으로 연결하지 못한 채 단순한 역사 정보로만 받아들였을 수 있다. 교원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역사·인권교육이 공교육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4년 청소년 공감 능력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41.3%가 '역사적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서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교육을 제공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징계 이후가 더 중요하다: 수치심이 아닌 성찰로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는 사안의 심각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징계 이후 이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이다. 전문가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구분할 것을 권고한다. 수치심은 '나는 나쁜 사람이다'는 자아 공격으로 이어져 방어적 태도를 낳지만, 죄책감은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인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브레네 브라운 미국 휴스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여 년의 연구 끝에
수치심은 용기를 꺾고
죄책감은 성장을 낳는다
고 결론지었다.
징계로 그치지 않고, 광주 현지 방문과 생존자 증언 청취, 5·18 기록관 교육 프로그램 참여 같은 직접적 공감 경험이 이어진다면, 이번 사건은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깊은 역사 감수성을 심어줄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기보다, 그들이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어른들이 만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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