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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건망증이 선물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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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안상담센터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8회   작성일Date 26-02-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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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심리학신문=허채원 ]


    38de8031f93675998d859a64bdbb34628858767b.jpeg출처 : Pinterest


    가을 숲의 다람쥐는 분주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 개의 도토리를 땅에 묻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이 숨겨놓은 도토리를 모두다 찾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다람쥐의 종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조지아주 천연자원부에 따르면 다람쥐의 도토리 회수율은 일반적으로 50% ~ 85%이다. 누군가는 이를 다람쥐의 치명적인 건망증이라 부르겠지만, 숲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위대한 설계가 없다. 다람쥐가 잊어버린 그 도토리들이 싹을 틔워 거대한 참나무 숲을 이루는데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일했을 뿐이지만, 그의 빈틈이 세상을 더 푸르게 만드는 셈이다.


    사실 다람쥐는 바보가 아니다. 다람쥐는 자신이 숨긴 장소를 90% 이상 기억해 낼 정도로 영리하다. 그럼에도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폭설로 파내기 힘들거나 포식자의 위험이 클 때, 다람쥐는 에너지를 써서 무리하게 도토리를 찾기보다 기꺼이 포기한다. 또 다람쥐는 혹독한 겨울이 얼마나 길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양보다 과잉저장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도토리가 남게 된다. 이 소중한 먹이를 때론 다른 동물들이 훔쳐먹기도 한다. 이 의도하지 않은 선의가 결과적으로 숲을 풍요롭게 만드는 파종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귀엽고 따뜻한 자연의 섭리를 보다가 최근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한 '청년 삶의 질 2025'를 읽어보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이 보고서는 고용, 임금, 건강,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수치화 하여 청년들의 전반적인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의 삶에서 물질적인 지표들은 과거보다 완만하게 개선되었지만, 심리·사회적 자본은 급격한 위축을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관계의 불균형이다. 10년 전에 비해 가족 관계 만족도는 상승하며 가족 중심의 연결(결속형 자본)은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개인의 사회적 연결은 단절되기 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기존의 교류와 연대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로 전환되거나 아예 사라졌고,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거나 ‘쉬었음’ 상태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청년이 증가하며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기보다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결국 개인의 사회적 연결을 끊어내고, 심리적 완충재 역할을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약화시키고 있다.



    0993f0e8f09176de2d9e53fff2e70be035098453.png출처 : 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04d6f26e06a97c4d8349f64771af82c48b28389e.png출처 : 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165fb5872507757f53ec0851dfb6893d7c85904d.png출처 : 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공동체와의 연결 방식도 변화했다. 자원봉사나 기부처럼 이타성과 상호 호혜성에 기반을 둔 활동이 점점 줄어들었다. 청년들의 삶이 고단해지면서,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타인에게 배분할 여유가 사라진 탓이다. 취업 준비와 각박한 경쟁 속에서 모든 노력은 오직 '나'와 '가족'이라는 좁은 창고를 채우는 데에만 집중된다. 즉각적인 보상이나 성공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은 '비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받고 있는 것 같다.



    c0020b5d4158e83db94c6662c190cd026881f305.png출처 : 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02aaafc896e52e2c652c99a7648587285d3f878c.png출처 : 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하지만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에서 나무가 자라듯, 우리가 타인에게 건네는 '계산 없는 다정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타인의 삶에 작은 기회를 보태는 나눔, 나의 재능이나 시간을 이웃과 나누는 활동, 공동체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작은 실천들. 이런 것들은 당장 나의 통장을 채우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숲을 유지하는 '교량형 자본'의 씨앗이 된다.


    우리는 다람쥐가 아니기에 완벽하게 의도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다람쥐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내가 심은 것을 100% 회수하겠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태도'다. 반드시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효율의 계산기를 잠시 내려놓아 보자. 다람쥐의 기꺼운 포기와 빈틈이 울창한 숲을 만들었듯, 우리의 계산 없는 다정함이 모여 결국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푸른 세상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이 무심코 남긴 그 다정한 흔적이, 내일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울창한 그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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